기초물리학/2차원 운동

변위, 속도,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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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서술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으로 다루는 것이 운동이다. 운동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덤벨을 들거나 달리기를 하는 육체적인 운동(exercise)가 아니라, 추상화한(구체적이어도 상관은 없다.) 물체가 움직임(motion)을 가지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왜 이걸 하는지 궁금할 수 있지만, 수많은 분야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리량들이 즐비해서 그렇다.

변위와 속도 가속도는 운동을 설명하는 가장 기초적인 물리량이다. 동시에 서로가 서로에 대해 시간적으로 묶여있다.

변위(變位, displacement)는 직관적이지 못한 번역사례이다. 위치(位値)의 변화(變化)를 따서 변(變)위(位)인데, 그마저도 위변이 아니라 잘 들어맞기는 힘들다. 아무튼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위치가 변한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이다. 이 물리량은 위치의 변화를 따지기 때문에 거리와는 개념이 다르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멕시코로 넘어가는 길목에 이 하나 쳐져 있다고 하자. 이 벽의 앞뒤로 해서 거리는 100m도 안 된다. 하지만 이 벽을 넘어가기 위해서 빙 돌아가면 그 거리는 적어도 수 백 km는 넘을 것이다. 이처럼 거리는 두 지점 사이의 변화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두 지점 사이에서 움직이는 물체가 이동한 정도를 따지는 것이다.

변위는 위치가 얼마나 달라지는가만을 따진다. 이 달라지는 것을 측정하는데에는 양이 있을 수 있지만, 방향도 있을 수 있다. 그렇다. 변위와 거리의 근본적인 차이는 벡터와 스칼라에 있다. 거리가 스칼라라면 변위는 벡터이다. 양과 동시에 방향을 가지고 있는 물리량이다.

속도는 변위의 시간적 변화다. 마찬가지로 가속도는 속도의 시간적 변화다. 속도는 일정한 시간 속에서 위치가 얼마나 변하냐를 그 정도와 방향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렇게 정의하면 조금은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일정한 시간이라고 하면 임의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더 정확하게 구분짓기 위해 평균순간이라는 단어를 붙인다.

평균 속도는 일정한 시간 동안의 속도를 의미한다. 이 때의 시간은 아무렇게 잡아도 좋지만, 보통은 사건이 끝난 시각과 사건이 시작하는 시각의 간격을 잡는다. 즉, 이를 식으로 표현하면

 

로 표현한다.  는 물리학에서 보통 속도를 표현하는데 사용하고,  는 시간을 나타내는데 사용한다.  는 변위 혹은 위치를 나타내는데, 벡터의 성질에 의해  는 변위의 기준이 되는 기준점을 잊고, 사건이 끝나는 시각의 위치와 사건이 시작하는 시각의 위치만이 남게된다.

순간 속도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속도를 의미한다. 이것은 무엇을 더 말할 필요도 없이, 변위를 시간으로 미분한 값이다. 즉

 (뉴턴표기법으로는  )

이다. 일반적으로 속도를 말하면 순간속도를 의미한다. 평균속도를 말할 때는 두 개의 시각을 언급해야 하지만, 순간속도는 한 시각에도 존재하는 값이다.

속도는 우리가 직관적으로 수 있는 물리량이다.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의 변화는 우리의 본능에 따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심지어 유추할 수도 있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동영상이다. 동영상은 사실 자연처럼 아주 부드럽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1초에 적으면 12장, 많게는 60장 혹은 240장 정도까지 사용하여 표현한 것이다.(이를 초당 프레임(fps) 줄여서 프레임이라고 부른다. 즉, 초당 60장의 영상은 60프레임 영상이다.) 각자는 정지에 있는 이미지지만, 그것을 뇌가 알아서 채워넣어 하나의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이처럼 우리가 보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그 순간들을 머리 속에서 합쳐 속도라는 개념으로 직관적으로 이해한다.

반면에 가속도는 직관적으로 그렇게 쉽게 눈으로 볼 수 있는 물리량이 아니다. 가속도는 속도가 더해지는 정도로, 속도와 마찬가지로 양과 방향을 가지고 있다. 가속도는 속도를 정의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속도의 시간변화량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평균 가속도와 순간 가속도를 정의할 수 있고, 각각이 다음으로 표현한다.

 ,   혹은  

속도와 마찬가지로 물리학에서 보통  를 가속도를 나타내는데 사용한다. 가속도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것은 탈 것이다. 정확히는 현대 이후의 교통수단이다. 차나 버스가 출발하면 몸이 뒤로 쏠리고, 멈추면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이, 가속도를 반대방향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정확히는 가속도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관성에 반대되는 힘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가속도는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가속도와 속도와 변위의 관계는 미분의 반대과정인 적분의 관계이다. 즉, 가속도가 쌓여서 속도가 되고, 속도가 쌓여서 변위가 된다. 가끔은 초기 속도와 초기 변위가 0이 아닐 때도 있지만, 정적분의 관계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고,  이다.

특히 가속도  가 상수인 특수한 경우에 재미있는 식들이 나오는데, 이것은 뒤에서 알아볼 것이다.

변위와 거리의 관계와 같이 속도에 대응되는 스칼라량이 있는데, 그것이 속력이다. 속도는 영어로 velocity라고 쓰고, 속력은 speed라고 쓰는데, 두 개는 방향성이라는 아주 중요한 요소의 차이로 인해 같은 개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동하여 쓰이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탈출속도와 빛의 속도로, 둘 다 양만을 나타내는 스칼라임에도 불구하고 속도라는 표현을 쓴다.

이 운동을 서술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람이 뉴턴이다. 뉴턴 이전(물론 뉴턴이 태어나기 150년 전을 기준으로 전)의 사람들은 운동에 대해서 대단히 안타까운 착각을 하고 있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라는 고대철학을 중심을 꽉잡은 3 중 한 명 때문인데, 이 사람의 영향력이 중세 전반에 크게 작용했던만큼 이 사람이 잘못 말한 것들 역시도 중세에 드리웠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잘못했던 가장 큰 것은 운동에 관한 서술이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운동하는 것 중에서는 이상적으로 계속 나아가는 운동은 찾기가 힘들다. 축구공도 굴러가다가 멈추고, 자동차도 연료가 없으면 멈추고, 인공위성은 휘어지지 않나, 지구도 태양을 원으로 돌면서 움직인다고 하고 있지 않나, 우리가 위에서 그렇게 열심히 배워온 것과 현실은 괴리가 크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운동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무언가가 구르다가 멈추는 것도 그것이 '원래 자리'라서 그런 것이고, 헬륨풍선이 올라가는 것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기포는 물을 빠져나가려고 하고, 돌은 물에 가라앉는 것 역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설명했다. 변위니 속도니 가속도니 하는 뜬구름 잡는 소리 대신에 이렇게 직관적으로 잘 설명해주니 어쩌면 운동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 혁명의 기초들이 쌓여가고, 다른 생각, 다양한 철학들이 꽃피우면서 하나 둘 씩 옛날의 생각을 벗겨내고 있었다. 그 마지막에 뉴턴이 운동을 깔끔하게 정리했지만, 그 기반에는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데카르트, 케플러 등의 여러 학자들의 끊임없는 고찰들이 있었다.

벡터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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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클리드 공간   위의 벡터

지난 장에 언급했듯이, 하나의 벡터는 다른 두 개의 벡터로 쪼갤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잘 벡터를 쪼갠다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을 시사한다. 오른쪽 그림과 같이 우리는 좌표계를 상정하고 그 위에 벡터 하나를 상상할 수 있다. 오른쪽에서 벡터  는 적절하게 배치한 좌표계에서   으로 쪼갤 수 있다. 다시 말해

 

이다. 여기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아무 소리도 안 하고 사용한 좌표 (a,b)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 좌표계 위의 벡터는 모두 (a,0)과 (0,b)라는 두 벡터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여기서 a와 b는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상수라고 하자.) a와 b 자체는 숫자, 스칼라이므로 우리는 벡터의 스칼라곱을 통해서 어떤 벡터의 합을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는 이 좌표계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고, 이를 이제 기저벡터라고 부를 것이다. 기저벡터의 크기는 곱셈의 항등원(어떤 수에 곱하면 그 수가 나오게 하는 수)인 1이라서 어떤 스칼라에다가 기저벡터를 곱하면 방향만 더해주므로, 기저벡터는 단위벡터라고 부른다. 즉, 기저벡터 단위벡터이다.

벡터를 쪼갤 때 사용하는 좌표는 임의적이라 알아서 고르면 되지만, 우리가 앞으로 학습해나갈 내용에서는 편의성을 위해 지면의 수직방향을 y, 수평 오른쪽 방향을 x로 두고, 좌표계를 (x,y)로 표현하여 풀어나갈 것이다.

선형독립적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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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수평방향 운동에 중력이 관여하지 않는다면 수평방향 따로, 수직방향 따로 생각해서 운동을 고려할 수 있다. MikeRun이 제작한 그림.

등속원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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