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관측법/움직이는 하늘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
— 헤라클레이토스
개요
+/-하늘에 떠 있는 모든 것은 움직입니다. 하루 단위로 해가 뜨고 지고, 행성도 특정한 주기가 지나야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별들도 해와 같이 뜨고 집니다. 물론, 지구가 자전하기에 벌어지는 일이지요. 하지만 지구가 자전하지 않더라도 행성은 원래 움직이고, 태양도 지구가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1년을 따라 달라집니다. 공전은 계절마다 달리 보이는 하늘을 만들고, 공전하고 있지 않더라도 별들은 아주 조금씩, 수 천년에 걸쳐 서서히 움직입니다.
우리가 밤하늘을 볼 때 보는 하늘은 똑같은 하늘이 아닙니다. 흐르는 강물에 물을 뜬다고 같은 물이 아니듯이,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아도 밤하늘은 항상 변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같은 물로 보이는 것처럼, 29.5일을 주기로, 365.25일을 주기로, 19년을 주기로 비슷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파트에서는 천체들의 움직임을 간단하게 다루고, 천체관측에 유용한 GNU 프로그램을 하나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태양
+/-태양을 관측할 때는 맨 눈이나 필터 없는 망원경으로 보아선 절대로 안됩니다.
태양은 지구의 생명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는 천체입니다. 태양 자체가 다른 별들보다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태양과 지구가 너무 가깝게 있어서 그렇습니다. 태양의 겉보기 등급은 -26.7등급인데, 이 겉보기 등급은 5만큼 줄어들수록 100배 더 밝습니다.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천체인 시리우스가 -1.47등급인데, 시리우스보다 1만 배 더 밝은 천체입니다. 맨 눈으로 보거나, 태양필터가 장착되어 있지 않는 망원경으로 봤을 때 실명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합니다.
태양을 관측할 때는 광학기기에 태양 필터를 장착시켜서 관측합니다. 안시관측을 하고 싶을 때에는 투과율이 많이 낮은 물건을 사용해야 하고, 설사 필터를 사용하더라도, 필터가 달궈지거나 눈에 피로가 가기 때문에 오랫동안 관측하는 것은 절대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구멍바늘 사진기 원리를 사용해 그림자가 충분히 질만한 보드에 작은 구멍을 뚫어 바닥에 비치는 태양의 상을 관측할 수도 있고, 일식 때 나무 아래를 잘 보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온 빛이 동그라미가 아니라 일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달
+/-달은 아주 쉽게 관측할 수 있는 천체입니다. 달은 지구를 돌고 있는 위성이며, 몇몇 언어에서는 "화성의 달은 포보스와 데이모스다."처럼 달의 의미를 확장해 다른 행성의 자연위성을 말하기도 합니다.
달은 약 30일을 주기로 달의 모습이 달라집니다. 공전궤도의 390도 정도를 29.5일에 걸쳐 움직입니다. 또, 달은 지구의 북극을 내려봤을 때 반시계방향으로 돕니다.
달의 모습은 대게 초승달, 반달(상현달), 상현과 망 사이, 보름달(망), 하현과 망 사이, 반달(하현달), 그믐달, 삭으로 구분합니다. 음력으로 월의 끝(29~30일 즈음)에서 월의 시작(1~2일 즈음)에는 삭, 7일 정도에 상현달, 15일에는 보름달, 23일 정도에 하현달이 뜨고, 월초와 월말에 초승달, 그믐달이 뜹니다.
보름달은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과 정반대에 있을 때 뜹니다. 그래서 보름달은 해가 진 직후부터 해가 뜨기 직전까지 관측할 수 있습니다. 초승달은 초저녁에나 관측할 수 있습니다. 초승달은 해가 뜬 후에 뜨지만, 태양이 너무 밝아서 초승달을 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해가 진 직후에 잠시 동안 관측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믐달은 늦새벽에나 관측할 수 있습니다. 상현달의 경우에는 해가 진 후부터 자정까지, 하현달의 경우에는 자정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 관측할 수 있습니다. 사실, 반달의 경우 낮에도 살짝 볼 수 있습니다.
달의 모양은 태양을 쫓아갑니다. 초승달을 활에 비유하면, 화살이 가리키는 방향에 태양이 있습니다. 그래서, 초승달은 북반구 기준으로 오른쪽이, 그믐달은 북반구 기준으로 왼쪽이 밝습니다.
달은 생각보다 밝습니다. 태양이 떠 있을 때 별을 볼 수 없듯이, 보름달이 떠있을 때는 주위의 다른 별들을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은하수나 딥 스카이를 관측할 때, 달빛이 센 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월식과 일식은 태양과 지구와 달의 위치에 의해 나타납니다. 달이 삭일 때 일식이 일어나고, 달이 보름달일 때 월식이 나타납니다. 이 두 개의 천문현상은 달의 공전궤도 상의 높이까지 맞아야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서로 전후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이번 보름에 월식이 일어났다면, 그 전 삭에 일식이 일어났거나, 그 후 삭에 일식이 일어납니다. 월식은 지구에서 밤하늘을 보는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지만, 일식은 일부 지역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천문현상이면서, 일식의 경우 관측할 수 있는 지역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식을 촬영하기 위하여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행성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8개의 행성이 돌고 있습니다. 모두 지구의 북극을 아래로 내려봤을 때 반시계방향으로 공전합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모두 밤하늘에서 볼 순 있지만, 밤하늘에서 쉽게 관측할 수 있는 행성은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정도가 있습니다. 수성은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이 짧고, 천왕성과 해왕성은 망원경이 발명되기 이전에는 발견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행성에서 퇴출된 명왕성이 1900년대 초에 발견된 것을 생각해보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우리가 요일을 부를 때,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이라고 부르죠? 이 요일들을 합쳐 칠요(七曜)라고 부르고, 고대시대에서부터 관측된 특별한 별들(달, 화성, 수성, 목성, 금성, 토성, 태양)을 의미합니다. 이 별들은 별다른 관측장비 없이도 밤하늘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면서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움직입니다.
지구보다 안쪽에서 도는 행성은 내행성, 지구보다 바깥쪽에서 도는 행성은 외행성이라고 부릅니다. 내행성은 지구보다 공전주기가 짧고, 외행성은 지구보다 공전주기가 깁니다. 태양과 행성(혹은 지구), 지구(혹은 행성)이 일직선으로 놓여지고 나서, 다시 이 상태로 돌아오는 주기를 회합주기라고 하는데, 회합주기는 공전주기가 길다고 해서 길어지지 않습니다. 아주 먼 행성의 경우 공전주기가 백 년은 넘어가는데, 지구가 금방 돌아서 1년보다 조금이 더 지나면 회합주기가 맞습니다. 오히려 지구하고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면 않을수록 회합주기는 커집니다. 공전주기가 3년짜리 행성이 있다고 칩시다. 지구는 이 행성보다 더 빨리 공전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나 지구가 공전궤도를 한 바퀴 돌았을 때, 행성은 전체 공전궤도의 1/3을 돕니다. 1.5년이 지나 지구가 공전궤도의 1+1/2를 돌았을 때, 행성은 공전궤도의 1/2를 지나 태양과 지구와 행성이 일직선을 이룹니다. 따라서 행성하고 지구의 회합주기는 1.5년이 됩니다. 3년을 공전하는 행성하고의 회합주기가 100년을 공전하는 행성하고의 회합주기보다 더 긴 것입니다.
회합주기는 행성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관측하고 나서 다시 그 현상을 관측하려면 얼마나 지나야 볼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내행성 중에 금성은 관측하기도 쉽고, 한 번 나타나면 몇 달 동안 하늘 위에 남아있는 천체이기 때문에 길가면서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금성에는 별명이 있습니다. 초저녁에 보이는 금성은 개에 밥을 줄 시간 즈음이라고 개밥바라기라고 불리고, 늦은 새벽에 보이는 금성은 새벽에 보이는 별이라는 뜻의 샛별이라고 불립니다. 내행성의 경우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이 해가 진 후와 해가 뜨기 전 밖에 없습니다. 자정에는 아쉽지만 관측할 수 없는 천체입니다. 그렇기에 금성의 별명이 저 둘인 것이겠죠.
내행성은 초저녁에서 보이고 나서, 태양 앞을 지나갑니다. 가끔가다 내행성의 공전궤도와 지구의 공전궤도가 잘 맞으면 일식과 비슷하게 태양 앞을 지나가는 내행성을 태양필터를 써서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내행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고 나면 늦은 새벽에 내행성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새벽에 관측할 수 없으면 태양 뒤편으로 갔다는 뜻이고, 한동안은 내행성을 관측할 수 없습니다.
내행성에는 최대이각이라고 하는 것이 존재합니다. 최대이각은 태양계를 내려다봤을 때, 지구와 태양을 이은 직선에 대해서 지구가 내행성을 볼 수 있는 최대 각도를 의미하고, 이것은 곧 뜨기 시작한 내행성을 관측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을 의미합니다. 금성은 최대이각이 48도 정도로 해가 진 뒤 3시간까지도(혹은 해가 뜨기 전 3시간 전부터도) 금성을 볼 수 있는 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성은 18도에서 28도로 들쑥날쑥하며, 1시간에서 2시간까지가 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지구에서 외행성을 봤을 때 움직이는 방향이 특이합니다. 달은 지구를 시계반대방향으로 돌고 있지만, 외행성은 지구가 외행성보다 더 빨리 시계반대방향으로 돌고 있기 때문에, 달은 매일 서쪽에서 동쪽으로 12도 정도 움직이지만, 외행성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움직입니다. 그보다 더 특이한 것은 역행이라는 현상입니다. 외행성의 모습이 달의 보름과 비슷해지는 때를 전후로 외행성은 밤하늘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입니다. 배경에 있는 별들과 비교하면 그 차이를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외행성을 관측할 때 모두 이런 현상이 보입니다. 참고로 태양은 항상 순행하고, 달은 항상 역행합니다. 내행성은 최대이각을 지나며 가까워질 때 역행합니다.
행성은 태양의 빛을 받아 반사하여 빛을 냅니다. 그래서 행성의 대기 성분이나 표면의 색에 따라 보이는 행성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금성은 노란색, 화성을 빨간색, 목성과 토성은 밝은 갈색으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또, 목성은 4개의 큰 위성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목성을 보면 목성의 줄무늬와 함께 주위에 밝게 빛나는 점들이 몇 개 보입니다. 시기에 따라 모든 위성들을 볼 수도 있고, 일부 위성만 볼 수도 있습니다. 토성은 관측했을 때 고리가 보이고, 화성은 망원경으로 관측했을 때 시기가 잘 맞으면 하얀 극관을 볼 수도 있습니다.
행성의 모양은 행성, 태양, 지구의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입니다. 육안으로 관측했을 때는 점처럼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관측했을 때는 반달 모양인지, 보름 모양인지가 보입니다. 금성의 경우, 최대이각일 때 반달 모양이 되고, 지구에 가까울수록 초승 혹은 그믐 모양, 지구에 멀수록 둥근 모양이 됩니다. 화성이나 목성, 토성은 항상 반달보다 더 찬 모습으로 보입니다.
별
+/-별은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지칭하는 말입니다만, 보통은 밤하늘에 빛나는 모든 천체를 별이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천문학에서 별은 항성을 말하기 때문에 밤하늘에 떠 있는 항성 뿐만 아니라 태양 역시도 하나의 별입니다. 하지만 천체관측에서 보통 별이라고 말하는 것은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천체들을 말합니다. 별자리를 말할 때의 별이 그것입니다.
별은 태양계 바깥에서 빛을 내는 천체들입니다. 시리우스나 베텔게우스 같은 항성을 말하기도 하고, 플레이아데스 성단 같은 성단이나 오리온 대성운 같은 성운도 넓게 보면 별입니다.
별은 보통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크게 자리가 바뀌지 않습니다. 오랜시간 동안 천천히 위치가 바뀌어 갑니다. 바뀌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실제로 별이 움직여서 바뀌기도 하고, 지구의 자전축이 돌면서 보이는 위치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공전궤도의 위치에 따라 거의 차이가 안 보일 정도로 살짝 달라지기도 합니다. 때론 별이 죽어서 흔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은 대게 몇 백년에서 몇 만 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보통 별들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별들의 위치가 잘 바뀌지 않는 덕분에 옛날 사람들은 별들에 이야기를 붙였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하늘에 빗대어 별자리를 만들기도 하고(별자리는 여러문명에서 각자의 이야기로 만들어 냈기 때문에 동양의 별자리도 존재합니다.), 견우와 직녀처럼 은하수라는 거대한 천체를 사이로 견우성, 직녀성을 붙여 이야기를 빚기도 했습니다.
유성우
+/-유성우는 고요하게 천천히 흘러가는 밤하늘에 유독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천체입니다. 유성우는 우주공간을 떠돌고 있는 돌 덩어리들을, 지구가 지나가면서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 대기에 불타 사라지는 현상입니다. 하나만 있을 때는 유성이나 별똥별로 불리지만 유성우는 이런 별똥별이 유독 많이 떨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유성우는 혜성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혜성이 지나가면서 흘린 돌 덩어리가 지구 공전궤도와 겹치면서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지요. 공전궤도 상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한 지점의 유성우는 1년을 주기로 발생합니다. 어느 위치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날, 어느 별자리 근처에서만 떨어지고, 이 때문에 유성우의 이름을 붙일 때는 유성이 많이 떨어지는 지점 근처의 별자리의 이름을 따서 사분위자리 유성우 같이 붙입니다.
유성우는 한 점을 중심으로 방사하는 방향으로 떨어집니다. 이 때 유성우가 자주 내리는 점을 복사점이라고 하고, 이 점을 중심으로 봐야 유성우를 볼 수 있습니다. 유성우는 사진으로 찍는게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매우 어렵기 때문에, 유성우가 잘 보이는 곳에서 돗자리 같은 것을 깔아 두 눈에 담으시는 걸 권장드립니다.
딥 스카이
+/-딥 스카이(Deep-sky)는 태양계 바깥에 있는 천체들을 아우러 부르는 말입니다. 육안이나 망원경으로 볼 수 있는 천체들을 말합니다. 따라서 별도 딥 스카이입니다. 딥 스카이는 육안으로도 관측하기 어려운 천체도 같이 부르는 말이기 때문에, 이런 딥 스카이를 찾기 위해서는 성도(星圖, 별 지도)를 봐야 합니다. 눈으로 보기 힘든 천체들은 이미 망원경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은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놨기 때문에, 딥 스카이가 담겨있는 성도를 보고, 별들을 이정표 삼아 찾아가야 합니다. 잘 찾아갔다면,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의 배경 같은 딥 스카이가 희미하게나마 보일겁니다.
스텔라리움(Stellarium)
+/-스텔라리움은 GNU 프로젝트 프로그램 중 하나로, 하늘에 어떤 천체나 인공위성들이 떠 있는지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하늘을 보려는 위치와 시간을 설정할 수 있어서, 언제 어디서는 무엇을 관측할 수 있는지 알기 쉽게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스텔라리움은 https://stellarium.org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